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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자궁의 사망 선고

11월 7일 오전 8시, 드디어 수술 일정이 잡혔다. 미루고 미뤄왔던 자궁 적출 수술이다.
이 결정을 내린 건, 결국 효율성 때문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몸은 나에게 어떤 동지와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저 기계처럼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자궁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불편함을 그대로 가지고 가지고 가는 것과 수술로 강제되는 휴식 사이에서, 익숙한 리듬을 유지하는 것과 리듬을 끊어내는 것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왔다. 위험을 감수하는 그 아슬아슬함 속에서 오히려 희열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수술을 선고 받았던 날이 떠오른다. 2021년 8월, 서울 첫 전시를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그때 내 머릿속은 온통 그림뿐이었다. 2019년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나는 꾸준히, 그리고 치열하게 그림을 알리려 사방으로 노력했고, 운이 좋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매일 24시간 중 24시간을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육체적으로 그릴 수 없을 때는 자면서도, 먹으면서도, 모든 감각을 이용해, 나의 모든 이야기에서, 모든 시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2018년 이후로 몸이 점점 약해졌고, 2021년이 되면서 여러 건강 문제가 겹쳤다. 산부인과 의사를 포함해, 심장 전문의, 정신과 의사, 폐 전문의까지 만났다. 그때 만난 산부인과 의사는 자궁에서 피브롬(fibrom)을 발견했다며 가능한 빠른 수술을 권했다. (나중에 다시 쓰겠지만 나는 '피브롬'이라는 단어가 묘하게 마음에 든다. 근종을 뜻하는 프랑스어 용어이다.) 당시 말을 듣는 척했지만, 수술을 미루고 작업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한국에 가면 전시를 하고 그곳에서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기로 했다.

사실 내게 중요한 건 하나였다. 수술을 하면 얼마 만에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을까?  회복이 빠를까?  그림을 그리는 흐름이 끊기지 않을까? 그저 이런 생각뿐이었다.

나에게 자궁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건강 문제를 무릅쓰고 작업에 몰두하는 것이 나를 더욱 절박하고, 긴장하게 만들었다. 제한된 시간이 있었기에 최대한 내 몸을 다듬고, 정제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려 애썼다.

그리고 마침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순간이 다가왔다. 자궁의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제야 나는 묻는다. 자궁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