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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자궁이란 무엇인가?
자궁이란 무엇인가?
문득 자궁에 대해 질문을 던졌는데,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내가 자궁 안에 있던, 기억하지 못하는 그 순간부터일까? 아니면 생리를 시작했을 때부터일까? 그러나 그때조차 자궁을 뚜렷하게 인식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생리가 시작된다고 해서 내 몸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거나 감정의 요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자궁은 다른 생리 기관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콩팥, 위, 방광 같은 기관들은 우리가 일시적으로 통증이나 압박감 등을 느낄 수 있지만, 곧 사라지고 다시 잊힌다. 가령, 밥을 많이 먹거나 방광이 가득 차면 잠시 불편함을 느끼지만, 비워내고 나면 그 존재감은 금세 잊혀진다. 하지만 자궁은 그저 그런 공간이 아니었다. 사실 어릴 때는 그것을 느낄 틈조차 었었다. 그러니까 그 존재 자체를 인지 못했을 거다. 이후 신체의 변화를 느끼면서 ‘아, 무엇인가 몸에 변화가 있구나’ 정도로만 여기게 되었을거다.
생각해보면 자궁은 참 신기한 ‘공간’이다. 내 안에 있지만 내가 사는 곳은 아니다. 몇몇의 경우에는 타자가 사는 공간이 되며, 유일하게 이때 타자가 내 안에 존재하는 경험을 하게된다. 내 스스로가 자궁을 이처럼 독립된 공간으로 자각하게 된 것은 임신의 경험이었지만, 단지 임신 자체는 아니었다.
타자가 존재하는 공간. 타자가 일정 기간 사는 곳. 자궁을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내 안에 전혀 다른 존재가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임신 5개월에 접어들 무렵, 임신 초기부터 나를 계속 진료해주던 프랑스 산부인과 주치의는 내 뱃속의 아이가 남자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On voit bien que c'est un garçon. Il y a un petit zizi. Vous voyez ? Maintenant, on le voit. C'est très visible."
"아기가 남자아이인 게 확실히 보이네요. 작지만 성기가 있어요. 보이시죠? 이제는 잘 보이네요. 아주 뚜렷해요."
뭐라고? 나는 그 순간 내가 잘 못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아이? 작은 성기? 무슨 소리지..? 그날 의사의 말과 내 반응에 놀라 황당한 표정을 지었던 그 의사의 모습은 여전히 내게 생생하고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는 당연히 내 안에 있는 그것이 여자아이일 것이라 여겼고, 그 생각에 어떤 이질감도 없었다. 그저 내 몸안에 여자아이가 있는 것이 당연했을 뿐. 무언가 내 몸 속에 새로운 어떤 것이 생겨도, 그것은 내 몸의 일부이지, 어색하거나 이질적인 것은 아니었다. 물론 신체적인 변화는 다소 당혹스웠지만, 그것은 나와 불연속적인 무엇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 남자아이라니.
남자? 남성? 남성의 성기가 내 몸 속에 있다니… 그것은 일시적인 접촉도, 잠깐의 삽입도 아니었다. 내 몸 안에 독립된 공간을 차지하며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 그 생각은 너무도 낯설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뱃속에 남성의 성기가 들어 있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지?